[단독 인터뷰] ‘여전히 푸른 피’ 오승환 “건재할 때 삼성 복귀해 왕조 재건하고 싶다”


한국에서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끝판왕’ 오승환(콜로라도)의 도장깨기는 무대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돌부처’의 위용을 뽐내는 오승환이지만, 그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한국 복귀다.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에 서운함을 느꼈음에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기나긴 침묵을 깨고 스포츠동아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모처럼 밝게 웃고 있는 오승환.

‘끝판왕’은 여전히 강력하다.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은 자신에게 달려있던 수많은 꼬리표를 오직 실력만으로 지워냈다. 선수 생활 황혼기를 앞둔 끝판왕 오승환이 그리는 진짜 ‘끝판’은 한국야구다. 여전히 푸른 피가 흐르는 오승환에게 삼성 라이온즈 복귀는 야구인생 마지막 남은 목표다.


오승환에게 2018년은 굴곡진 한 해였다. 2014년부터 2년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활약했던 오승환은 2016시즌을 앞두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여러 팀의 러브콜 끝에 오승환이 택한 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영건’ 트레버 로젠탈과 경쟁에서 승리하며 메이저리그 팀 주전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2년 계약이 만료된 오승환은 2018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미국 시장의 한파 속에서도 2월초 텍사스 레인저스와 1+1년 최대 925만 달러 계약을 눈앞에 뒀지만, 텍사스가 몽니를 부렸다. 오승환의 팔꿈치 염증을 이유로 몸값 깎기에 나섰다. 2017년 다소 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몸 상태에 자신감이 있던 오승환은 생채기를 입었다. 결국 텍사스와 계약을 거부했고, 다시 새 팀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내 복귀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오승환이다.


결국 2월 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1년 계약하며 미국 잔류를 결정했다. 오승환은 7월 말까지 토론토에서 48경기 출장 4승3패 1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68로 펄펄 날았다. ‘지옥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AL 동부)’도 거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팀들은 그에게 큰 관심을 보였고, 결국 콜로라도가 유망주 세 명을 내어주며 오승환을 영입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냈던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이 기어코 그를 품은 것이다. 오승환은 해발 1600m 고지대에 위치해 투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8시즌 두 팀에서 73경기에 출장해 68.1이닝을 소화하며 6승3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6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밟으며 주가를 올렸다. 팔꿈치에 대한 우려를 완벽히 불식시킨 활약이었다. 지난해 초 맺은 계약의 옵션 조항은 70경기 출장시 계약 자동 연장이었다. 오승환은 73경기 출장으로 이를 달성했다. 2019년에도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끝판왕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해냈지만 오승환의 몸에는 여전히 푸른 피가 흐른다. ‘마무리 천직’ 오승환이 그리는 선수 인생의 마무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10월 중순 귀국 후 입을 꾹 닫았던 오승환은 스포츠동아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진심을 털어놨다. 다음은 오승환과 일문일답.



● ‘알동부’부터 ‘투수들의 무덤’ 이겨낸 돌부처


-계약 불발, 트레이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까지…. 길었던 2018년이 끝났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웃음) 시즌 초반 계약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시즌을 치르다보니 다 잊혀지더라.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주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오히려 축하받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여러 팀에서 관심을 갖고, 경쟁력을 인정한 것 아닌가. 무리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른 것 같다.”


-투수들에게 험지인 ‘지옥의 AL동부’와 ‘쿠어스필드’를 1년 안에 연달아 홈으로 쓰는 것은 드물다. 그런 상황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나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오히려 동료들이 신경을 많이 쓰더라. 콜로라도 이적 후 동료들이 서로 ‘너도 AL 동부지구에서 한 번 뛰어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일종의 미션처럼 여기는 것이다. 쿠어스필드는 확실히 선수들에게 쉽지 않다. 고지대가 익숙지 않을 원정 라커룸에는 산소 호흡기도 비치돼 있다. 원정 경기 전날에는 경기가 아무리 늦게 끝나도 그날 곧바로 이동한다. 한시라도 일찍 저지대로 가기 위해서다. 또, 트레이너들이 수시로 물과 음료를 챙겨준다. 그런 풍경들이 신선했다.”


-일본에서 2년, 미국에서 3년을 보냈다. 해외 무대로 떠나기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을 꼽자면?


“메이저리그는 구단에서 챙겨주는 것이 많지 않다. 선수가 알아서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한다. 때문에 루틴이 확실해졌다. 기구 하나를 들고, 음식 하나를 먹어도 여러 생각이 뒤따랐다. 한국에서도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칭찬을 들었는데 오히려 해외 무대를 겪으며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격의 없이 서로의 운동법에 대해 논의한 것도 내 야구인생의 자산이다.”



● 구단 옵션에도 국내 복귀 의사를 드러낸 이유


2018년 10월 17일, 바쁜 한 시즌을 마친 오승환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날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국내로 복귀하고 싶다”는 파격발언을 던졌다. 이미 옵션 기준을 충족해 자동으로 콜로라도와 계약이 연장됐던 상황이었다. 오승환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만일 국내로 복귀한다면 이적료 등 절차가 있음에도 이러한 발언을 한 것에 많은 이가 의문부호를 던졌다.


공은 삼성에게 넘어간 듯했다. 오승환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때 그를 임의탈퇴 처리했던 삼성에게 보유권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승환의 발언 직후 “처음 듣는 이야기다. 직접 접촉한 적이 없어 코멘트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제안이 들어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날 오승환이 작심발언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콜로라도와 옵션이 발효되었음에도 국내 복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지난해 텍사스와 계약이 무산된 시점부터 국내에 돌아오고 싶었다. 선수 생활 마무리 차원은 결코 아니었다. 몸 상태에 자신이 있었다. 텍사스와 계약이 무산되고 토론토와 계약하기 전인 2018년 2월 중순, 에이전트가 삼성 측과 접촉했다. FA 자격이라 얼마든지 복귀가 가능했다. 하지만 삼성에서 이 제안을 고사했다. 삼성에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집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만약 삼성이 2018시즌을 앞두고 나를 영입하겠다고 다가왔다면? 무조건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몸 상태에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다지만, 지난해 활약으로 이 점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한데도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이유가 있나?


“솔직히 말해 ‘한국야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식의 거창한 포장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일본과 미국에서 몸으로 느낀 부분을 한국, 특히 삼성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힘이 떨어진 시점에 한두 경기 뛰고 은퇴식만을 치르기 위해 초라하게 복귀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운동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후배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하더라도 정작 마운드 위에서 난타를 당한다면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당연히 안타를 맞고, 홈런을 내주고, 블론세이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타자들이, 우리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 삼성의 왕조 재건이라는 대업의 뒷문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 오승환에게는 여전히 푸른 피가 흐른다


해외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시점에 국내에 돌아와 정상급 활약을 선보이는 것. 이 자체가 후배들의 귀감이다. 사례는 많다. 2012년 삼성으로 돌아와 은퇴 전까지 6년간 143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이 그랬고, 2017년 돌아와 2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넘어선 이대호(37·롯데 자이언츠)가 그랬다. 오승환은 동갑내기 이대호가 후배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부대끼는 모습이 내심 부럽다. 그러면서도 오승환은 “난 어린 아이가 아니다. 마냥 떼를 쓰고 싶지 않다. 삼성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의연한 모습이었다.


2015년 1월, 오승환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이대호와 함께 출연했다. 이때 ‘마지막 공’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당연히 삼성에서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삼성 팬들도 누구보다 바라는 일이다. 오승환은 국내 행사 때마다 여전히 ‘꼭 삼성에서 은퇴해달라’는 간청을 듣는다. 여러 서운한 상황 속에서도 오승환 몸속의 푸른 피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한국에 복귀해도 72경기 출장정지(2016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KBO 징계)를 받아야 한다.


“맞다. 반 시즌을 뛸 수 없다. 하지만 언제 복귀하더라도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징계를 받고 복귀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끝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2017년 부진했을 때 ‘오승환은 끝났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면서 팔꿈치 문제도 불거졌다. 하지만 2018년 성적으로 건재함을 증명했다. 솔직히 몸 상태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직 끝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


● 오승환은?


▲ 생년월일=1982년 7월 15일 ▲ 출신교=도신초~우신중~경기고~단국대 ▲ 프로 입단=2005년 삼성 라이온즈(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 ▲ 프로선수 경력=삼성(2005~2013년)~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2014~2015년)~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016~2017년)~토론토 블루제이스(2018년)~콜로라도 로키스(2018년~ ) ▲ 통산성적=▷KBO리그 9시즌=444경기 510.1이닝 28승13패277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69 ▷일본프로야구 2시즌=127경기 136이닝 4승7패80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25 ▷메이저리그 3시즌=211경기 207.1이닝 13승12패42세이브42홀드, 평균자책점 2.78 ▲ 주요 수상경력=2005년 신인왕·2006~2008, 2011~2012년 세이브왕· 2005, 2011년 한국시리즈 MVP(이상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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