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남긴 폼페이오 방북…차후 한반도·동북아 정세 '가늠자'

미군 유해송환에 비핵화·대북안전보장 1단계 조치 합의 기대

폼페이오 방북 결과, 남북·북중·북일관계에도 영향 줄 듯



5∼7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적대'의 북미가 '화해·대화'의 관계로 바뀌는 시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한 후속협상에서 북미가 비핵화와 대북체제안전보장의 로드맵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여서다.

비핵화 시한 설정에 미국 측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와 핵심쟁점에서 접점을 찾을 공간도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지 않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을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미 조야에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강해서다.

이 때문인지 미국 측은 말 그대로 '신중모드'다.

1일 성 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가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서도 그런 기류가 읽힌다.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 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비핵화는 물론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 변화가 적지 않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중 관계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요란스럽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북중 간 '밀착'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작금의 한반도 급변 정세 속에서 일본은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하고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적어도 차후 북미대화의 기류와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미대화가 삐걱거리면 남북관계와 북일관계 개선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한반도와 그 주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6·12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판을 짰다면 정상합의의 이행을 위한 첫 고위급 후속협상인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는 그 판이 어느 정도의 시간 범위 안에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로선 북미 간에 가장 합의가 쉬운 항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그보다는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구체적 행동계획 합의문을 낼지 주목한다.

비핵화 전 과정을 담은 포괄적 이행계획이 합의되면 최선이겠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준비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미 양측이 서로 이행할 1단계 조치에 의미있는 내용을 담는 정도가 현실적인 기대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우라늄농축시설 포함한 핵시설 가동 중단, 핵신고 및 사찰 등을 허용하고,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설을 필두로 북미관계 정상화 프로세스 가동 등을 각각 공약해 그걸 시한과 함께 합의문에 담는다면 큰 진전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폐기 또는 추가 개발 중단을 합의에 포함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로선 큰 성과로 홍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교가에선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통해 북미 양측이 적어도 비핵화 1단계 조치에 합의하고 9월 유엔 총회 계기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다면 한반도 냉전 해체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북미가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북 불신감이 커져 한미 양국이 취한 연합군사훈련 유예 조치도 허사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 여부는 남북·북중·북일관계 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적 긴장 완화, 철도·도로 협력,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 교류 등 대북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영역에서 북한과 접촉면을 넓혀온 우리 정부는 교류·협력의 범위를 개성공단 재가동 등으로 확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나, 폼페이오 방북 성과가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북일정상회담을 통한 납치자 문제 해결 또는 진전에 승부수를 던지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유사하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3일 "폼페이오 방북에서 북미정상 합의 이행 로드맵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윤곽을 잡고, 초기 이행 조치는 시한과 함께 명시하는 정도의 합의는 나오길 기대한다"며 "그동안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으로 '미래 핵'을 다뤄왔는데, 핵무기 신고 등 '과거핵'(보유핵)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대한 이번 논의가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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