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려고 위장전입도 불사…보조금이 폭상승??

충남 당진우체국의 7년 차 집배원 김목호(36)씨는 지난달 정들었던 오토바이와 이별하고 네 바퀴 달린 초소형 전기차를 새 파트너로 맞았다. 매일 아파트 750세대, 일반주택 400세대의 우편물과 택배를 담당하는 김씨는 지붕이 있어 비가 올 때 우비를 입지 않아도 되는 게 안심이다. 무엇보다 집배원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인 미끄럼 사고 우려가 사라졌다. 게다가 아파트는 택배 물량이 많아 우체국을 하루 3, 4번은 왔다 갔다 해야 했는데 전기차 짐칸 덕에 이젠 한 번에 다 해결돼 30분을 아낄 수 있다. 더울 때는 에어컨을 잠시 틀고 한숨 돌릴 수도 있다. 이렇게 하루 일을 마치면 차 배터리의 85% 정도를 쓴다. 퇴근할 때 휴대폰 충전하듯 220v 콘센트에 차를 연결해 놓으면 다음날 아침 충전 완료. 김씨의 전기차는 어느덧 동네 명물이 됐다. “비 맞고 눈 맞고 일해야 한다며 걱정하던 어르신들이 이제 그럴 걱정 없으니 다행이라고 하세요. 작은 차가 머냐고 물어보며 기름 안 넣고 전기로만 간다고 하면 신기해들 하죠.” 오토바이 탈 때는 내릴 필요 없었던 주택가 좁은 골목에서 내리고 타고를 반복해 번거롭고, 종종 배터리 충전 상태 점검 때문에 급히 우체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을 빼고는 만족스럽다.



우정사업본부는 친환경 장비를 통해 집배원의 사고를 예방하고 쾌적한 여건에서 현장 업무를 할 수 있게 기존 오토바이(이륜차) 대신 초소형전기차(사륜차)를 도입하기로 하고 현재 전국 7개 우체국에서 11대를 테스트 운영 중이다. 올해 1,000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3년 동안 현재 이륜차 1만5,000대 중 1만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초소형 전기차의 안전 기준을, 환경부가 환경 기준을 만들고 있는데 상반기 중 마무리 될 예정”이라며 “현장 직원들 의견을 반영해 국내외 초소형 전기차 제작 업체들과 집배원 업무에 맞게 수정 보완해서 구매 규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배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부터 국내에 1, 2인용 전기차 ‘트위지’를 도입한 르노삼성에 따르면, 치킨(BBQ), 피자(미스터피자), 햄버거(쉐이크쉑) 배달 등에 활발히 쓰이고 있다. 트위지는 지난달까지 1,347대가 팔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감안하면 550만~800만원에 살 수 있어 자영업자들은 배달용으로, 직장인들은 도심 출ㆍ퇴근용으로 많이 찾고 있다”며 “특히 올해 지방선거에서 선거 운동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쌩쌩 달리는 전기차, 일등공신은 보조금


전기차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보조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휘발유, 디젤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해 있는 운전자들을 전기차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중물이 필요했다”며 “짧은 시간에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직접 보조금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쉐보레 볼트EV 사전 계약이 1월 접수 개시 3시간 만에 5,000대를 넘었다. 현대차 코나EV도 접수 이틀 동안 1만2,000대가 예약됐다. 2월에 이뤄진 기아차 SUV 니로EV 사전계약에도 5,000명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전기차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어 한정 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보급’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금처럼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약 4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1.6배, 독일ㆍ프랑스의 1.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통한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 많은 모델로만 쏠리는 부작용


때문에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엉성하게 보조금 정책을 추진했다가는 도리어 전기차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문제는 마중물로 만족해야 할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자동차 회사들의 자충수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업체들이 전기차가 생각보다 싸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소비자는 전기차의 장점을 단지 보조금으로만 인식하게 된다”라며 “보조금 없이는 아예 전기차를 사지 않으려는 풍토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올해도 정부가 애초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을 배정할 때 지원 대상을 2만대까지로 설정했다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190억원을 추가 투입하며 2만8,000대로 확대했다. 2016년 보조금 대상이었던 1만4,000대보다 6,000대를 늘렸지만 사전 계약된 물량이 예상을 크게 웃돌아서다. 2만2,000대를 넘어서면서 자칫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 구매자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말로만 친환경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부랴부랴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에도 퍼 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는 우리 생활 곳곳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올해 들어 어느새 구매 예약 2만2,000대를 넘어섰고, 2014년 이래 5년 만에 처음 연간 판매량 3만대 시대를 내다보게 됐다.


국내에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건 2014년(판매량 1,075대).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가 팔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3,826대가 도로로 쏟아져 들어왔다. 해마다 전년 대비 2배 넘게 팔릴 만큼 빠른 성장세다. 차 종류가 늘면서 선택지가 많아지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지금까지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혔던 충전 주행거리(100%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기존에는 200㎞가 안 됐지만 올해는 400㎞ 이상 달리는 차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대전 정도까지 갈 수 있던 게 울산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현대차 ‘코나EV’, 기아차 ‘니로EV’)가 출시된다. 충전 주행거리가 390㎞에 달하는 두 모델은 이미 각각 1만2,000대, 5,000대가 사전 계약 완료됐다. 한국지엠도 충전 주행거리 383㎞의 쉐보레 ‘볼트EV’ 국내 판매 물량을 지난해 600대에서 올해 5,000대로 대폭 늘렸다. 그동안 국내에 전기차를 선보이지 않았던 브랜드도 올해 한국 시장을 노크한다. 재규어랜드로버는 9월 한번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SUV 전기차 ‘아이페이스(I-PACE)’를 판매한다. 닛산은 빠르면 연내 주행거리 380㎞(유럽 기준)인 2세대 ‘리프(Leaf)’를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만 눈에 띄게 한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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